[발언]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투쟁주간 선포 기자회견 / 정성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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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투쟁주간 선포 기자회견 / 정성조 활동가

발언 중인 다움의 정성조 활동가
<성소수자 인권, 시간의 둑을 터뜨립시다>
정성조(다양성을향한지속가능한움직임 다움)
안녕하십니까.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에서 활동하는 정성조입니다.
성소수자 인권, 시간의 둑을 터뜨립시다.
시간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흐른다고들 하지만, 유독 성소수자 인권의 시간만은 더디게 느껴집니다.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 “유교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급격한 사회 변화는 위험하다.” 이러한 말들은 성소수자 인권을 자꾸만 머나먼 미래로 밀어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이토록 무감각한 것은 오직 정치의 영역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성소수자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퀴어 콘텐츠가 너무 많아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유튜브에서는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는 데 거리낌이 없는 크리에이터들이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모읍니다. 대중적으로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 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주변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 동료 시민의 존재를 일상적으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정치가 자꾸만 “나중”으로 미뤄왔던 성소수자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당당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체시키고 있는 것은 부족한 시민의식이 아니라 바로 변화를 보지 못하는 무능한 정치에 있습니다.
우리는 한결같이 말합니다. “이제는 정말 정치의 시간이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지난 30년 동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우리 사회의 공론장에 이끌어내고,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 동료 시민들을 설득하고, 나아가 무지개로 빛나는 연대의 순간을 축적해 왔습니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에 성소수자를 차별에서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끊임없이 권고해왔습니다. 성소수자의 존엄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30년 간의 숱한 노력을 외면하고,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것은 바로 국회와 정부입니다. 성소수자가 사실은 심각한 차별을 겪는지 잘 모르겠다거나, 이미 이들을 보호할 장치가 존재한다는 왜곡된 정부의 인식에 참담함을 느낍니다. 많은 성소수자는 억압적인 가족, 국가, 성별 제도, 바로 국가의 차별적인 제도로 존엄한 삶을 상실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연시키면서 혐오의 말들을 방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정치입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혐오가 아닙니다. 바로 무책임하고 폭력적인 정치가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무지개는 뜹니다. 최근 실시된 여러 조사에 따르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여론은 이미 7~80%를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매년 퀴어문화축제면 성소수자의 존재를 축하하는 수많은 시민이 서울시청 광장을 무지개로 가득 채웁니다. 김용민 소성욱 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동성커플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2심에서 승리했습니다. 해당 재판부는 “성적지향을 근거로 한 차별은 더 이상 한국에 설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성소수자의 인권과 존엄이 우리 사회, 그리고 국가가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습니다. 더이상 정치가 뒤에 숨을 “나중”은 없습니다.
성소수자 인권, 시간의 둑을 터뜨립시다. 성소수자 인권을 가로막는 거대한 둑에는 이미 수많은 균열이 새겨져 왔습니다. 이는 일상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드러낸 퀴어들, 커밍아웃에 차별이 아니라 환대로 화답했던 동료 시민들의 지지, 그리고 무지개 깃발을 들고 함께 했던 수많은 연대의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정말 한순간에 둑이 터지며, 변화의 폭포가 쏟아질 것이라고. 그 쏟아지는 폭포 속에서 무지개가 피어날 것입니다.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우리는 다시 한번 성소수자의 존엄과 평등을 선언합니다. 우리 모두의 소중한 삶의 모든 순간에 차별의 얼룩을 용납하지 맙시다. 나라는 존재를 자유롭게 표현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갑시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넘어, 혼인평등을 이루고,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보장하며, 트랜스젠더의 존엄한 삶을 지켜내는 사회를 만듭시다. 무지개 빛 연대의 힘으로 우리는 멈춰 있는 정치의 시간을 넘어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투쟁주간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무지개행동과 연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