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혼 반대’의 틀을 깨자,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하자
혼인평등법, 생활동반자법, 비혼출산지원법: 가족구성권 3법 발의를 환영한다
오늘 동성혼을 법제화하는 민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동성혼 법제화 시도가 처음으로 국회 문턱을 넘은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혼인평등 민법 개정안에 더해 동거하며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 결혼하지 않고도 임신을 원하는 여성에게 보조생식술 등 출산지원을 보장하는 비혼출산지원에 관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묶여 ‘가족구성권 3법’으로 발의되었습니다. 3법 발의를 환영하며, 다양한 가족구성에 관한 활발한 논의를 기대합니다.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은 김용민, 소성욱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관계를 인정하면서 “더 이상 성적지향으로 인한 차별이 한국 사회에 설 자리는 없다”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습니다. 동성 간 혼인 관계에 관해서는 입법부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최근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사법부의 전향적인 판결이 다수 이어지고 있음에도, 정부와 국회는 변화의 흐름을 외면한 채 침묵만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회와 정부의 기나긴 침묵은 신념과 논리를 갖춘 주장이 아니라, 동성애·동성혼을 반대하는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는 데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퇴행을 묵인하는 비겁한 타협입니다.
“동성혼 반대”의 벽을 넘어섭시다. 우리 사회는 가족 제도를 개인을 억압하고 아프게 하는 굴레로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지원하며 자유케 하는 버팀목으로 바꾸어 낼 것인지의 거대한 기로 앞에 서 있습니다. 지금껏 “동성혼 반대”는 다양한 삶과 관계의 평등을 가로막은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생활동반자법은 물론 차별금지법,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과 같은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우회적인 동성혼 법제화라며 극렬히 반대합니다. 정치권도 이러한 반대에 겁을 먹고 이미 당도한 변화를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혼인평등을 실현하여 이 차별과 혐오의 벽을 넘어섭시다.
이번 가족구성권 3법 발의로 우리는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가족 제도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왔던,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서로에게 의미있고 소중했을 관계를 인정하고 보호하기 위한 역사적인 한 걸음을 말입니다. 우리는 가족구성권 운동이란 전통적인 가족 질서를 비판하고 해체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발의된 “생활동반자법”, “비혼출산 지원법”, “혼인평등법”은 서로 다른 측면에서 종전의 가족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확장합니다. 이렇게 재구성될 가족은 성소수자들과 혼인 제도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저출산, 노인 소외, 젠더 불평등과 같이 한국의 기이한 가족정책이 불러온 위기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입니다. 비혼출산, 생활동반자관계, 동성결혼은 우리 모두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 평등과 진보의 시작입니다.
정치의 목표는 더 나은 삶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정치권은 이제 혐오에 귀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보장하라는 변화의 흐름에 응답해야 합니다. 이는 이미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계를 국가가 인정하라는 요구입니다. 정상가족 바깥에서 차별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도 행복한 삶을 꾸려갈 권리를 보장하라는 외침입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를 평등하고 존엄한 사회로 함께 바꾸어가자는 제안입니다. 오늘 가족구성권 3법이 발의되어 다양한 관계에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국회가 응답할 때입니다. 국회가 가족구성권 3법을 조속히 논의하여 입법하기를 촉구합니다!
[부록] ‘가족구성권 3법’ 의안정보 보기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비혼출산지원)
장혜영(대표 발의), 강은미, 류호정, 배진교, 심상정, 이은주(정의당), 강민정, 박주민, 이상민, 최강욱(더민주), 김예지(국민의힘), 용혜인(기본소득), 강성희(진보당), 김홍걸, 윤미향(무소속) 의원 발의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
장혜영(대표 발의), 강은미, 류호정, 배진교, 심상정, 이은주(정의당), 강민정, 이상민, 최강욱(더민주), 김예지(국민의힘), 용혜인(기본소득), 강성희(진보당), 김홍걸, 윤미향(무소속) 의원 발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동성결혼)
장혜영(대표 발의), 강은미, 류호정, 배진교, 이은주(정의당), 강민정, 최강욱, 이상민(더민주), 김예지(국민의힘), 용혜인(기본소득), 강성희(진보당), 윤미향(무소속) 의원 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