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후기] 차별의 사각지대에서 포용적 일터로: ‘성소수자 노동실태조사 결과 발표 국회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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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6년 4월 28일(화) 오후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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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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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국회의원 이주희, 손솔, 신장식, 한창민 의원실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RUN/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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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지난 화요일, 국회에서 ‘성소수자 노동실태조사 결과 발표 국회토론회 《차별의 사각지대에서 포용적 일터로》’가 개최되었습니다. 국회의원 이주희, 손솔, 신장식, 한창민 의원실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RUN/OUT 이 공동주최하고, 저희 ‘다움’이 주관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우리는 한국 사회의 일터가 성소수자 노동자를 어떻게 ‘보이지 않게’ 만들어 왔는지를 2,639명의 목소리로 진단하고, 그 사각지대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그 묵직했던 현장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보이지 않던 성소수자 노동자, 2,639명의 이야기
다움은 2021년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2021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3,911명) 이후, 2025년 「성소수자의 노동권 및 차별에 관한 연구」를 통해 4년 만에 다시 큰 규모의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최근 5년 이내 임금노동 경험이 있는 만 19세 이상 성소수자 2,639명이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 응답에 참여해주셨습니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 주최하고 재단법인 학봉장학회가 후원하는 2024년 제9회 학봉상 연구지원 부문 선정작으로 수행되었으며, 정성조(중앙대 사회학 박사수료) 연구책임자를 비롯해 김보미(UCSB), 이희영(SUNY Albany), 심기용(다움) 공동연구원이 함께 했습니다.
토론회의 부제는 “차별의 사각지대에서 포용적 일터로”였습니다. 제목 그대로, 한국 사회의 노동 정책이 오랫동안 “있어도 없는 사람” 취급해온 성소수자 노동자들의 자리를 시야의 한가운데로 끌어오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구직자의 69%가 채용 과정에서 부정적 경험을 했고, 직장에 들어간 뒤에도 71%가 정체성을 숨긴 채 일하고 있습니다. 정체성을 숨기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입니다.” — 정성조 (다움 연구팀, 발제 중)
진단 : 사각지대, 그리고 ‘차별비용’
이날 발제와 토론을 통해 드러난 노동 현장의 풍경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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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의 66%가 직업 선택 시 성소수자 정체성과 관련된 요인을 ‘고려한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많이 꼽힌 고려사항은 “외모 표현이 자유로운 직장”(47%)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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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미세공격(microaggression) 경험은 광범위했습니다. 부적절한 발언이나 농담을 들은 경험이 74%, “게이 같다”는 표현을 들은 적은 70%, 동성애 혐오적 언어를 지적했을 때 방어적 반응을 마주한 경우가 **58%**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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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거운 숫자는 건강 영역에 있었습니다. 응답자의 40%가 우울 증상 의심 수준이었고, 트랜스남성의 52%, 논바이너리의 58%가 우울 위험군에 속했습니다. 트랜스남성의 10%는 최근 1년 내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이번 조사 결과를 단독으로 보도하며 “구직부터 노동까지, 성소수자 86%가 일상적 공격에 노출”되어 있음을 짚었습니다.
이호림 토론자(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는 이 숫자들을 묶어 ‘차별비용’이라는 개념으로 호명했습니다. 정체성을 커버링(성소수자가 아닌 척 하기 위한 위장 행동)하기 위해 추가로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 성소수자 친화적인 일터를 탐색하기 위한 정보 부족, 사회보장 사각지대 등. 이 모든 것이 개인의 비용으로 전가되고, 다시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갉아먹는 “벽장 비용”이라는 것입니다.
“성소수자 포용과 평등권은 개인의 존엄과 평등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경제적 기반과 지속가능성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 이호림 (무지개행동 공동대표, 토론 중)
제안 : 사각지대를 ‘메우는’ 다섯 갈래의 책임
이날 토론회는 단순히 실태를 알리는 자리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움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기업·국회·정부·지방자치단체·노동조합 다섯 주체에 대한 구체적인 제언을 제시했고, 토론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이를 보강하고 확장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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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차원 — 강한솔 토론자(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는 GRI·ESRS·CSRD 등 국제 공시 기준의 흐름을 짚으며, 이제 기업의 성소수자 포용은 “선언이 아니라 정책·거버넌스·이행·공시·구제 메커니즘 전반에서 평가받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강조했습니다. UN LGBTIQ+ Standards Gap Analysis Tool과 같은 점검 도구의 활용도 함께 제안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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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부 차원 — 박태성 토론자는 2024년 유엔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보고서를 인용하며, 인권위 스스로 친-LGBTIQ 정책을 갖추는 ‘자발적 점검’의 중요성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입법 조력자 역할을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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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차원 — 윤열 토론자(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노동조합이 성소수자 문제를 함께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한 결과를 무겁게 받아 안았습니다. 그리고 산별·초기업 교섭을 통한 포용적 단체협약의 표준안 마련, 캐나다노총의 ‘Pride at Work’ 같은 노조 내부 인식개선 프로그램 도입을 구체적으로 제안했습니다.
“‘우리 곁에 성소수자 노동자가 있다’는 선언을 넘어, 일터에서 함께 숨 쉬고 투쟁하는 동지로서 그 권리가 보호되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함께하겠습니다.” — 윤열 (민주노총, 토론 중)
특히 프레시안의 보도에서 상세히 다뤄진 것처럼, 이날의 제언들은 ‘하나의 만병통치약’ 대신 다층적·다각적 접근의 필요성으로 모아졌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가족구성권 보장, 트랜스젠더 인권 보호, 노조의 단체협약 갱신, 기업의 ESG 공시, 지자체 조례 개정, 정부의 가이드라인 수립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결론이었습니다.
나가며 : “당연하게 지워지던 사람들”의 자리를 만드는 일
우리에게 남은 일은 2,639명의 응답에 다시 응답하는 일입니다.
다움은 이번 토론회의 문제의식을 단발성 행사로 흘려보내지 않으려 합니다. 보고서 제언이 정책·기업·노조·지역 현장에서 실제 변화로 옮겨질 수 있도록, 다섯 주체별 책임을 구체화한 후속 작업을 이어가려 합니다. 더 많은 매체와 시민사회, 그리고 무엇보다 일터에서 일하고 계실 성소수자 노동자분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성소수자 노동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터는 결국 모든 노동자가 존중받는 가장 안전하고 경쟁력 있는 일터입니다. 일터가 차별의 사각지대가 아닌 포용의 공간이 되는 그 날까지, 다움이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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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편집 : 다움 운영위원 심기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