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혼 법제화는 성소수자의 구체적인 삶을 바꾸는 운동” - 박한희 활동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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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혼 법제화는 성소수자의 구체적인 삶을 바꾸는 운동” - 박한희 활동가 인터뷰

‘혼인평등’ 티셔츠를 입고 있는 박한희 활동가(좌측)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박한희입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성결혼 입법 운동을 시작하신다고요.
동성혼 법제화는 항상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주요 의제였어요. 사실 2000년대에도 공개 결혼을 한 동성 부부들이 있었죠.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이들이 항상 들고 나오는 것이 동성혼 반대에요.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에서도 항상 “남자며느리, 여자사위” 운운하는 말을 듣게 되고요.
그래서 무지개행동에서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좀 더 선명한 목표를 가지고 우리 사회의 혐오를 돌파하기 위해 동성혼 법제화를 중심으로 대중투쟁을 하고자 합니다. “성소수자가 여기 있다”를 넘어 “성소수자의 구체적인 삶을 바꾸는 운동”으로서요.
‘동성혼 법제화’와 ‘혼인평등’은 다른 것인가요.
내용적으로는 같아요. 동성혼 법제화가 동성 간에도 결혼할 수 있도록 민법 등 법제도를 바꾸는 것이라면, 혼인평등은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요.
동성혼 법제화와 혼인평등은 결국 현재까지 한국에서 이성 간에만 법률혼을 허용하는 혼인제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죠.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법제화한 나라는 대만이에요. 대만 동성혼 법제화 운동의 구호가 바로 “혼인평권(婚姻平權)”이었답니다.
트랜스젠더나 동성 결혼을 지향하지 않는 성소수자에게는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어떤 운동이 자신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있을 때만 함께 할 수 있는걸까요? 성소수자 운동의 오랜 의제인 ‘군형법 추행죄 폐지’를 두고 “군대를 안가는 성소수자에게는 와닿지 않는다”고 말하지는 않아요.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제 자신도 트랜스젠더이고요.
무엇보다 동성혼 법제화는 직접 혼인을 하는 동성 부부 외에도 많은 성소수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우선 성별에 상관 없이 혼인이 된다면 기존의 남녀 성별이분법의 틀에 갇힌 ‘부부’와 ‘부모’ 개념 자체가 바뀌고, 이는 이분법적 성별제도 자체에도 영향을 줄 테고요.
또한, 동성혼이 인정된다는 것은 국가가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보장한다는 뜻이에요. 이는 많은 성소수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해요. 실제로 동성혼이 인정된 이후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률이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어요.
“3법 동시 입법”이 목표라던데 세 가지 법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동성 부부 피부양자 인정 판결의 의의에 대해 토론하며, 동성혼 법제화(민법 개정안), 생활동반자법, 비혼출산법, 이렇게 세 가지를 동시 추진하겠다고 이야기했죠.
3법은 모두 기존의 이성애중심적, 성별이분법적 혼인과 가족 제도가 갖는 한계를 바꾸어내는 것이에요. 성별에 상관 없이 누구나 혼인할 수 있고, 법률상 혼인이 아닌 동거 관계도 사회보장 제도 등의 보호를 받으며, 결혼이 꼭 자녀 출산의 필수 조건이 아닌 사회, 보고 싶지 않나요?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방식으로 운동을 계획하고 있어요. 핵심은 이 변화를 필요로 하는 당사자들의 얼굴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에요.
우리 사회에는 “성소수자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성소수자를 이웃이나 직장 동료로 받아들이기 싫다”는 사람이 많아요. 성소수자를 어딘가 멀리 있는 존재로만 여기기 때문이죠.
혼인평등 운동은 바로 그런 인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성소수자들도 함께 살고 돌보며 두 사람의, 또 이를 넘어서는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 이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입법의 요구도 이끌어낼 수 있고요.
다다닫 구독자들이 함께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요.
우선 무지개행동과 가구넷 SNS를 팔로우해주세요! 다양한 혼인평등 운동의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5월 20일 15시, 혜화역 2번 출구에서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투쟁대회가 진행됩니다. 혼인평등을 비롯해 성소수자 운동의 여러 의제가 이야기되는 자리니 많이 참여해주세요. 성소수자 인권위원으로도 참여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