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행동] 성소수자 평등과 차별금지는 어디에: 제4차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 (UPR) 최종 보고서 채택에 부쳐
다움
home
다움 소개
home

[무지개행동] 성소수자 평등과 차별금지는 어디에: 제4차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 (UPR) 최종 보고서 채택에 부쳐

[논평] “성소수자 평등과 차별금지는 어디에”

제4차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 (UPR) 최종 보고서 채택에 부쳐

– 전환치료 금지 등 일부 권고는 수용했으나 성소수자 인권 권고 대부분 참조(noted)

– 수용 권고 이행의 구체적 계획을 밝히고, 수용하지 않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동성결혼 인정, 자기 결정에 기반한 트랜스젠더 성별정정의 권고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2023년 7월 7일, 유엔 회원국이 함께 인권상황을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권고하는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의 제4차 한국 심의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3차 인권이사회에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 자리에서 유엔 회원국들이 제시한 성소수자 인권 권고들을 대부분 참조(noted)만 하면서 국제무대에 성소수자 평등과 차별금지에 대한 의지 표명을 사실상 거부했다.
한국 정부는 유엔 회원국들이 제시한 총 263개 권고[1] 중 최종적으로 159개의 권고를 수용하고 5개를 일부 수용하며 99개를 참조했다.[2] 그 중 성소수자와 HIV 인권에 관한 27개국의 38개 권고 중에서 △ 성소수자 ‘전환치료’ 근절 △ HIV 감염인 지원 보장 △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청소년 성교육 △ 차별금지법 제정 노력 지속을 수용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권고를 차지했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동성결혼 법제화 ▲자기결정에 기반한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제도화는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이 권고들은 유엔의 UPR 권고 분류에서 ‘평등과 비차별’ 장에 분류되는데 유난히 ‘수용’ 권고가 적은 것이 눈에 띨 정도다.
한국 정부는 수용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조치를 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에 “동성 간의 성관계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며, 군대 내 건전한 공동생활과 군 기강을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하는 경우에만 적용”, 동성결혼 법제화에는 “동성 간 결혼 및 입양을 비롯한 가족제도 변경은 법적 사회적으로 중대한 문제이므로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즉각적인 조치는 없다”, 자기결정에 기반한 성별정정 제도화에는 “성별정정은 기본적으로 입법이 필요하지만, 입법 부재 상황에서 판단은 재판사항이며 구체적인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이 대법원 결정 취지에 따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이라고 하며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한국 사회에 중요한 인권의제가 되어 논의된 지 이미 거의 20년이 다 되었다. 다른 권고들 역시 3차 UPR부터 주지되어 왔다. 4년 반 만의 검토에서 개선의 방향성도 제시하지 않는 답변은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만 국제인권기준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인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2022년 7월 14일 461개 한국인권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공동보고서를 제출해 한국의 핵심 인권이슈에 대해 강조했고, 성소수자 인권의 현안과 개선방안을 다룬 독자보고서도 제출하였다. 우리는 지난 7일 최종 보고서 채택일에서 정부의 입장에 다시 한번 실망을 금할 수 없었고 원격 구두 성명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다시 강조한다. 한국 정부는 일단 국제사회에 약속한 전환치료 금지, 청소년 성교육, HIV 지원에 대한 권고를 구체적이고 충실히 이행하길 촉구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도 정말로 노력을 지속하길 바란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전환치료 금지, 청소년 성교육, HIV 지원에 대한 권고 이행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다.
정부는 성소수자 ‘전환치료’ 금지의 이행을 약속했다. 한편 그 사회에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는 한 ‘전환치료’의 위험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성소수자 ‘전환치료’ 금지의 가장 효과적 방법 중 하나는 국가가 차별을 종식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국가가 나서서 차별을 끝내라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동성결혼 인정, 자기 결정에 기반한 트랜스젠더 성별정정의 권고도 개선방향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4년 후에 동일한 권고들이 오래된 숙제처럼 무더기로 제시될 것이다. 이번 제4차 UPR처럼 국제사회 앞에서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이 국제인권기준에 미달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다면 한국은 평등와 차별금지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고 자임할 수 없을 것이다. 수용 권고에 대한 구체적 후속 조치와 수용하지 않은 권고에 대한 책임있는 재검토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2023. 7. 14.
성소수차별반대 무지개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