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21) 서울고등법원에서 사랑이 이겼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의 안내에 따라 지역가입자인 동성 배우자를 직장가입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문제 없이 등록하였으나,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 그 등록이 취소된 김용민-소성욱 부부의 일입니다. 건보공단은 동성 부부인 이들의 피부양자 등록이 '착오'였다는 이유로 취소했습니다. 이들 ‘소소 부부’는 그동안 내지 않은 지역가입자 배우자의 보험료를 몰아서 내라는 ‘보험료 부과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시작했고, 1심에서는 패소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서울고등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어 소소 부부는 전부 승소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소소 부부는 감동적인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입니다. (우리 중 그 이야기를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10년 전 연애를 시작하여, 5년 전 가족과 친구들의 축복을 받으며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식장을 고를 때 고심했고, 꼼꼼히 따져 고른 신혼집에 같이 살고 있습니다. 명절에는 서로의 부모님을 만나 인사를 드립니다. 수익과 지출을 함께 관리하며, 적금도 붓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똘똘 뭉쳐 자신들의 부부관계를 부정하는 공단과 싸우고 있습니다.
흔하고 익숙한 모습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관계를 부르는 이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이라는 말을 빼고 나면, 소소 부부의 관계를 설명하기는 정말 힘듭니다. 결혼식을 올렸고, 통장을 공유하고, 같이 사는, 서로 지지하며 사랑하는 두 사람. ‘결혼한 사이’라고 부르면 간단할 것 같은데, 그 당연한 호칭으로 부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수적인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여겨지는 법원도 오늘 판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두 사람의 동성결합에는 “동거, 부양, 협조, 정조의무에 대한 상호간 의사의 합치”가 있으며, “밀접한 정서적, 경제적 생활공동체 관계”에 해당한다고요.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말에 담는 의미의 핵심이 여기 거의 다 있습니다. 남은 것은 공공체계와 법률의 인정 뿐입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이토록 단단한 결속을 이룰 확률과 어려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일 겁니다.
오늘 그 쉬운 일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갔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성결합과 동성결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무엇이 본질적으로 다르냐는 서울고등법원의 질문에 아무 답변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재판부는 이것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라고 선언합니다.
성소수자들이 이루는 결속에도 법률의 보호와 인정이 필요합니다. 이 관계에서 파생된 정서적, 경제적, 인적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이토록 유사한 관계가, 관계 맺은 사람들의 성별이 다르다는 사소한 사유로 이토록 다른 취급을 받는 것은 헌법이 용납하지 않는 차별입니다. 이 사실을 확인한 오늘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 판결을 수용하기를 촉구합니다.
소소 부부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전합니다. 언젠가 했던 말처럼 귀여운 할아버지 부부가 되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 날까지, 계속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