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최초의 생활동반자법 발의를 환영하며,나아가 평등권 실현을 위하여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혼인제도를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오늘(26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외 10인의 국회의원 공동발의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되었다. 2014년 생활동반자법 초안이 마련되어 논의가 이루어진지 10년 만에 국회 발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성소수자가족구성권네트워크는 법적 가족의 범위를 넘어 현실의 다양한 가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회의 시도를 환영한다. 아울러 동성부부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할 것 역시 촉구한다.
법안 발의 취지에서도 이야기하듯 이 사회에는 혼인·혈연을 통한 법적인 가족 외에도 상호 부양과 돌봄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다양한 가족들이 존재한다. 또한 2020년 여성가족부 사회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국민이 혼인·혈연 여부와 상관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답변(69.7%)하는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이성 간의 법률혼 및 혈연을 통해 구성된 형태의 가족을 사회보장의 기본 단위로 삼는 법제도 하에서 이러한 다양한 가족들은 사회보장, 주거, 가정폭력방지 등 여러 제도에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생활동반자법의 제정은 이러한 가족으로서의 권리를 더 많은 이들에게 확장하여 돌봄의 공백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할 것이다.동성혼이 법제화 되지 않은 한국 상황에서 생활동반자법은 성소수자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법이다. 이 법이 제정된다면 동성이라는 이유로 혼인을 할 수 없어 배제당하는 동성부부 등 법적 가족의 테두리 바깥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 실천을 하고 있는 성소수자들 역시도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소수자의 평등권을 실현하고, 동성부부가 경험하는 제도적 차별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성 간에만 혼인이 가능한 기존의 혼인제도 자체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현재 법적으로 혼인을 할 수 없는 동성부부가 경험하는 제도적 차별은 개별적인 권리와 혜택으로부터의 배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혼인의 실질과 의사를 가지고 서로의 배우자로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관계를 공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존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성커플에게는 혼인과 생활동반자법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지만, 동성커플에게는 생활동반자법이 서로의 관계를 공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라면 생활동반자법만으로는 성소수자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해소할 수 없다. 따라서 국회는 이번에 발의된 생활동반자법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법 제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돌봄의 공백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더불어, 배우자의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혼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의 개정, 동성혼 법제화를 통한 성소수자의 평등권 실현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수반될 때 생활동반자법의 의미 역시 보다 풍부해질 것이다.
차별금지법 발의로 시작된 21대 국회가 임기 1년 여를 앞두고 다양한 가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한 것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남은 1년, 21대 국회가 성별과 성적지향에 상관없이 누구나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 차별받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그 역할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