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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군형법 제92조의6의 조속한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 기진 활동가

내용
군형법 제92조의6이 성소수자에 미치는 문제점
기진(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안녕하세요. 군형법 제92조의6이 성소수자에게 미치는 문제점에 대해 발언할,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활동가 기진입니다.
성소수자 운동의 역사가 30년째가 된 오늘날에도 성소수자의 치열한 삶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30년 동안 성소수자 운동과 시민 의식은 차근차근 인권 보장의 발판을 밟으며 전진해왔으나, 국가와 정치의 역할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가와 정치 시스템은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는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권리를 침해하는 법이 존재하고, 제도적인 차별을 해결해야 정치 시스템은 이 상황을 수십년째 방관하고 있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성소수자의 권리와 삶을 가로막고 있는 높은 장벽입니다. 이 법은 “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으로, 합의한 성관계이냐에 상관없이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를 처벌하고 범죄화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영내에서 성행위를 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군형법 제92조의6이 가장 문제가 되는 대목은, 이 법이 행위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의 여러 권리를 제한하며 우리 사회 평등의 원칙을 위배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성관계의 합의 여부와 영내, 또는 영외에서 발생했는가, 사적 공간에서 이뤄졌는가를 따지지 않고 동성 군인의 성행위를 처벌해온 군형법 제92조의6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우리 헌법에 명시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서 도출되는 보편적, 기본적 권리입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성소수자 군인이 가지는 이러한 기본권들을 제한하고 침해하며, 이는 법령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기도 합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을 적용하기 위해 성소수자 군인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과정에서 여러 인권 침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7년, 우리 군은 육군 내의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하여 군형법 제92조의6으로 처벌하기 위한 수사를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소수자 군인에 대한 아웃팅과 인권 침해가 발생하여, 아직도 성소수자 사회에 큰 충격으로 남아있습니다.
성적 행위의 대상이 동성이라는 이유로 다른 이성애자 군인과 달리 형사처벌로 차별을 두는 것은 군형법 제92조의6이 평등하지 않음을 드러냅니다. 징병제를 실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의무적으로 거쳐가는 공간 혹은, 직업 군인에게는 노동의 현장이 되는 군대에서 군형법 제92조의6으로 언제든지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범죄화로 생기는 낙인 효과는 성소수자 군인의 활동을 억압하고 불평등과 성소수자 혐오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심화시킵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하고 억압하는데 활용되며, 그 법 자체의 위헌성에 더불어 권리침해와 차별과 같은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켜왔습니다. ‘불법’이라는 낙인을 씌우며 성소수자를 색출하고 억압하는데 쓰이는 법은 우리 사회에 더 이상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 국제 인권 기구와 시민 단체, 시민 사회가 문제점을 지적하며 위헌을 주장해온 군형법 제92조의6에 대해, 이제 헌법재판소가 응답할 차례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방치되어 온 성소수자 범죄화의 끈을 헌법재판소가 군형법 제92조의6의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끊어내기를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