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청년 성소수자 여름 워크샵 레크리에이션의 한 장면
청년 성소수자들에게 너무 중요한 ‘커뮤니티’
2023년, 다움은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이하 앰네스티)와 함께 <청년 성소수자 커뮤니티 빌딩 사업> 공동으로 협력하여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 많은 모임과 커뮤니티가 위축되고, 사라지기도 했었죠. 성소수자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2021년에는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가 소속단위들의 운영 상황 악화로 사라지기도 했었죠. 엔데믹 상황에서도 이 여파는 계속 존재했고, 많은 대학 성소수자 모임들이 쉽게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대학 성소수자 모임의 활동들은 단순히 친목 커뮤니티로서 소중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QUV를 통해서 각종 인권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연대하면서 사회적 연대를 이어나가고 인권감수성을 확장하는 활동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었기 때문인데요. 성소수자들은 평소에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하기 때문에 잘 모이고, 잘 놀고, 잘 살아남는 것 자체가 너무나 중요한 맥락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대 초중반 청년 성소수자들은 이 시기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나를 안전하게 지지해주는 사람들과의 만남 경험이 20대 후반부터의 삶을 살아가는 실질적인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움은 2021년 자체적으로 진행한 청년 성소수자 실태 조사에서 많은 청년 성소수자들이 커뮤니티 활동을 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앞선 필요성과 더불어서 다시 한 번 청년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침 청년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앰네스티와 함께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죠.
2월~12월의 월례모임... 꼬박꼬박, 새로운 주제로 만나왔습니다.
우선은 경험의 양상이 비슷하고 동질적인 성격을 가진 대학 성소수자 모임을 참가 단위로 제한했습니다. 작년 초에는 부끄럽게도 대학 성소수자 모임을 제외하고는 인권 활동과 커뮤니티 활동을 겸하는 청년 성소수자 단위를 알지 못하기도 했고, 처음 실행하는 사업이기도 했기 때문에 저(기용)가 경험이 있어 잘 알고 있는 모임들과 함께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이 안전한 길이기도 했습니다. 참가단위를 모집했고, 최종적으로 총 17개 단위가 함께 하는 사업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업을 하는 것을 보고 참여하고자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안타깝게도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 사라지는 모임도 있었습니다.
1월에는 동아리들의 고민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앰네스티의 담당자 희수님이 그 많은 단위 운영진들과 일일이 인터뷰를 했어요. 단순히 교류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다시 활성화되기 위해 동아리 역량강화를 하는 것도 이 사업의 중요한 목표였기 때문이에요. 디양한 고민이 나왔는데요. (1) 회원 활동을 어떻게 활성화 해야 하는지 (2) 차별 경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3)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4) 사업 기획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5) 운영진이 필요한데 조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실제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들이 모였습니다.
2월 월례모임 참가자 단체사진
2월에는 1월에 나눴던 고민을 저나 희수님이 나누는 게 아니라 실제로 참가 모임 운영진들이 얼굴을 맞대고 모여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자리를 가졌어요. 코로나 이후로 대학 단위 대표자들이 모임의 운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공식적인 자리는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이 날 했던 고민들을 가지고,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하면 좋을지 기획할 수 있는 자리였어요. 이 날은 합정의 파티룸을 대관했던 것 같네요.
3월 월례모임
3월은 2월에 나왔던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들이 운영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운영 AtoZ 라는 제목의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회칙, 면접, 회비, 운영진 활동, 회원 활동, 차별 대응, 중앙동아리 승격 등 굵직한 주제를 2시간만에 빠르게 포인트를 잡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때 만든 동아리 운영 AtoZ 자료가 남아 있으니 필요하신 분들은 다움 이메일(dawoom@dawoom-t4c.org)로 연락주세요! 이 날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이전 사무실에서 진행했었네요.
4월 월례모임
4월에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김용민 활동가님을 모시고 사업 기획하는 방법을 배워봤습니다. 기존에 캠페인 기획하는 툴, 제 기억에 남는 건 SMART 라는 틀을 가지고 강연을 해주셨었어요. SMART 가 뭐였는지 기억하시는 분 계신가요? 저에게 따로 정답을 맞추시는 분에게는 맛있는 걸 사드리겠습니다. 이 때 실제로 진행할 만한 사업들을 참가자들이 직접 기획해보기도 했죠. 이 날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공동으로 부스하자는 결의를 하시고, 실제로 7월 축제에서 부스를 같이 하신 단위들이 꽤 많았습니다. 이 때는 성소수자부모모임 사무실에서 진행이 됐네요.
5월 월례모임
5월은 8월에 있을 여름 워크샵을 기획했어요. 그전부터 여름에 크게 한 번 모였으면 좋겠다고 욕구를 말씀해주셨거든요, 참가자들께서. 그래서 직접 기획하고, 팀을 꾸려 실무를 맡아보는 회의를 가졌습니다. 8월에 있었던 전반적인 워크샵 운영이나, 특히 레크리에이션 같은 경우에 이때 만들어진 TF가 직접 다 준비한 거였답니다. 그리고 이 날은 앰네스티의 다예님이 오셔서 <미워해도 소용없어> 사업을 소개해주셨어요. 앰네스티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기회였네요.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진행이 됐었습니다.
6월 정례모임
6월에는 VAC심리상담센터의 상담사 선생님들을 모시고, 대학 성소수자 모임 운영진들의 마음챙김과 소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때 VAC 선생님들이 모임 운영진들에게 진심을 담아 응원해주시고, 힘들면 꼭 도움을 요청하시라고 얘기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대학 성소수자 모임 운영진들은 사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별개의 명예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정말 순수하게 이 모임이 좋고 사람들이 좋아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지치지 않고 오래하기 위해서, 서로 마음을 챙기는 시간을 계속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날은 홍대였던가요.
7월 월례모임
7월에는 8월 워크샵을 준비하는 겸, 9월부터는 어떤 기획을 가지고 모일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실무적인 이야기가 오갔던 거 같습니다. 이 날은 종각에 있는 공간을 대여했었네요.
8월 청년 성소수자 여름 워크샵
8월은 대망의 청년 성소수자 여름워크샵을 다녀왔었죠. 저와 참여자 두 분이 후기를 남겨주셨었는데요. 120여명의 청년 성소수자 분들이 참가해주셨었습니다. 서울유스호스텔에서 1박 2일로 진행했죠. 자세한 이야기는 이전에 썼었던 글로 대신하도록 할게요. 이 날 만났던 분들 반가웠습니다!
9월 정례모임
9월은 대학 내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대한 대응 방법을 배우고, 실제로 시뮬레이션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촌의 파티룸을 빌려서 진행했었네요. 제가 과거 QUV 때 대응했던 자료들을 모아 공유했고, 조를 나눠서 우리가 경험한 차별과 혐오를 이야기하고, 그 중에 특정 상황을 골라 대응 방식을 기획해 발표했습니다. 아 그리고 앰네스티 담당자로 성균관대 성소수자 모임 대표자셨던 견우님이 일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했어요. 8월부터 일하시고 12월까지 직접 앰네스티에서 실무자로 일하셨었죠. 고생하셨습니다.
10월 정례모임
10월에는 종로의 파티룸에서 모였습니다. 이 날 주제는 동아리들이 신입회원의 적응을 위해서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사례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행사 때 배워두면 좋을 레크리에이션 게임들을 직접 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다들 신입회원들을 모임에 잘 적응시키기 위해서 엄청나게 고민하고 계시더라고요. 이때 나왔던 사례들 정리한 것이 있는데 필요하면 문의해주세요 아 그리고 이때부터 12월에 발간하게 될 <퀴어 동아리 운영 백서>를 제작하기 시작했죠. 또한 TF를 모아서 실무를 직접 참가자들이 분담했답니다.
11월 정례모임
11월에는 2024년 청년 성소수자 커뮤니티 빌딩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향방을 두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다들 고민이 많았었죠. 앰네스티가 2024년에는 사업에서 빠지게 되면서, 재정적으로 실무적으로 직접 참여단위들이 이 모임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다들 희망차고 긍정적으로, 그리고 열렬하게 이 모임이 다음 해에도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모았습니다. 다움이 청년 성소수자 커뮤니티 월례모임에 참여할 단위들을 갱신해서 모집하고, 초기에는 기획을 맡아주기로 했었죠. 정치적인 역할도 해야 하지 않을지, 커뮤니티 모임도 더 개발해야 하지 않을지, 더 다양한 배경의 참여자들이 올 수 있어야 하지 않을지 다들 열정적인 고민을 나눠주셨습니다.
12월 정례모임
12월은 마지막 모임이었죠. 이 날은 이태원에서 <백서 발간 파티>를 진행했습니다. 혼인편등연대 모두의결혼 캠페인팀에서 창구님과 호림님이 오셔서 동성결혼 법제화를 위한 모두의결혼 캠페인의 필요성을 연설해주시는 감사한 일도 있었어요. 이 날 아쉽게도 인쇄상의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해서 백서 실물이 나오지 못했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현시점에서는 모두 배포했습니다!) 사전에 백서 PDF 파일을 공유하고, 견우님이 직접 준비한 백서를 읽은 사람만 잘 풀 수 있는 퀴즈대회가 열렸어요. 재밌게 즐기고 1박 2일로 파티룸에서 온몸이 지칠 때까지 놀았다는 후기입니다.
지금은 뭘하고 있을까요?
지금도 다움과 견우님을 중심으로 청년 성소수자 커뮤니티 사업이 이어지고 있어요. 견우님은 함께 활동했던 청년 성소수자 분들과 의기투합해서 실무단을 꾸리고 월례모임이 자생적으로 이어질 수 있게 단체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활동이 기대되어요. 다움 청년 커뮤니티 팀도 월례모임의 한 단위로 참가자로서 계속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실무단에 계속 자문으로 도와드리고 있네요.
다움 청년 커뮤니티 팀 활동은 계속 확장되고 있어요
청년 성소수자 커뮤니티 빌딩 모임을 계속 진행하면서, 청년 성소수자들에게 정말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구나를 실감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사업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청년 성소수자 취업컨설팅
여의도, 청년 성소수자 컨설팅사업의 사전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블레인님
그래서 다움은 연말에 QM 프로젝트 그룹과 함께 <청년 성소수자 취업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총 6명의 참가자 분들이 12월 말까지 수업과 과제를 받으시면서 취업컨설팅을 받으셨어요. 아직 사업 평가를 진행하지 못해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또 들려드릴게요.
청년 성소수자 모임 지원 사업
대학 성소수자 모임들은 대체로 실무 메뉴얼이 잡혀 있지 않은 경우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다움 청년 커뮤니팀에서 자체적으로 예결산을 쉽게 할 수 있는 회계장부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었죠! 이렇듯 행정적으로 재정적으로, 그리고 필요힌 모임 지원이 있다면 힘이 닿는 한 계속 해볼 생각입니다.
무지개행동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대회 함께 참여하기
무지개행동 활동가대회에 함께 했던 청년 커뮤니티 빌딩 모임 구성원들과 다움 운영위원들
조금 번외 활동이기는 했습니다만, 인원제한으로 모두 함께 할 순 없었지만 인권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을 초청해서 무지개행동 활동가대회를 함께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이 날 견우님이 VIP를 받는 일도 있었죠. 이렇게 모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권리를 외치는 현장들에도 함께 하곤 했어요.
마치며
항상 참가해주셨던 청년 성소수자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말이 있는데요. 사업으로 함께 하게 된 것이지만, 진심으로 응원하고, 그리고 감사합니다. 저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모임에서 사진을 찍고, 그걸 빠르게 기록하고 알리고 하는 작업이 저도 많이 부족했고, 그리고 여러분들의 마음을 지치지 않게 하면서도, 울리고 움직이는 힘이 많이 부족했던 거 같습니다. 함께 성장하면서, 환대의 경험이 더 많은 청년 성소수자들에게 닿을 수 있게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게 퀴어의 #Lovewins 아닐까요?
월례모임에 참가하시던 분들이 친구를 만들고, 인권단체 행사에 참여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개인이 되는 과정을 보면서 커뮤니티가 건강하고 성숙해진다면 사회를 바꾸는 사람들도 계속 만들어지고 확장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커뮤니티 활동에 진심인 이유이고, 아낌 없이 에너지를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24년에도 다움 청년 성소수자 커뮤니티 팀은 청년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더 다양해지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많은 활동을 펼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도 이 사업에 재정적으로 투자를 해주시면 어떨까요. 이 과정에서 활동 비용이 적지 않게 들지요. 다움 후원을 꼭, 꼭! 당부 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다움이 일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올해 더 구질구질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올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글: 기용